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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존윅4 후기: 존윅 시리즈를 명작에 올려놓은 세가지 무기

by 러블리 헬스 2023. 5. 4.

키 크고 잘 생긴 키아누리브스가 우수에 찬 눈빛으로 총을 비스듬히 쏘다가 허우적거리지만 타격감 좋은 근거리 액션까지 화려하게 수놓은 아찔한 화면구성의 잔치집이 OTT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오랜만에 영화관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존윅 4 후기를 통해 존윅 시리즈를 명작에 올려놓은 세 가지 무기가 무엇인지 그 화려한 무기들의 향연을 하나씩 맛보겠습니다.

존윅4후기
존윅4후기

존윅 4를 명작에 올려놓은 세 가지 무기는?

1. 액션: 뇌에 쾌락을 선사하는 다채로운 액션

존윅 4 후기 한 문장은  '뇌에 쾌락이라는 음악을 액션 영화라는 악기로 연주한다면 존윅 4와 같을 것'으로 요약됩니다. 본 후기는 툭툭 튀어나은 스포가 가득합니다. 따라서 안 보셨다면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눌러 나가세요.

사실, 직접 행하는 폭력성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땀 흘리는 맛은 좋지만 누군가를 때리고 아프게 하는 것이 유쾌한 경험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나 2시간 49분 동안 검은색 슈트로 차려입은 근사한 주인공이 맞을 이유가 충분한 놈들을 신명 나게 때려주고 저 세상 보내는 장면들마저 예술처럼 승화시킨 작품은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존윅
존윅

액션영화를 이 시대 관객들은 충분히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존윅 4의 액션은 뭐랄까 일순간 덩치에 맞지 않은 옷 같아 허우적거리는 것 같지만 맞춤 슈트처럼 깔끔하게 처리하고, 고생 끝에 올라간 계단을 생각보다 훨씬 길게 굴러 떨어지는 장면에서 안타까움과 더불어 내 몸이 욱신거리는 생생한 느낌마저 줄 만큼 정교하고 세밀한 장치들로 액션 잔치집에 감탄의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총과 칼 그리고 쌍절곤과 맨손에 이르기까지 도구의 다양성은 물론, 자동차와 오토바이, 방안과 광장 그리고 모든 것을 끝내는 일직선 일출 순간의 힘겨운 도달로 관객의 뇌에 장조와 단조의 쾌락을 쉴 틈 없이 선사합니다. 하다 하다 발가락으로도 합을 주고받을 것 같은 액션영화 대가들이 연주하는 황홀한 무브먼트의 합주로 관객은 액션을 통해 궁극의 환희를 마주합니다.

존윅쌍절곤
존윅쌍절곤

다채로운 액션이라는 단어를 넘어 때로는 치고받는 장면에서 비롯되는 신기한 감탄의 축포들로 눈앞이 먹먹해질 것 같은 화려한 변주곡의 액션이 존윅 4를 명작에 올려놓은 첫 번째 무기입니다. 

 

2. 시나리오: 탄탄하고 흥미로운 시나리오 구성

아무리 싸움을 멋지고 경이롭게 하더라도 액션의 목적성에 개연성이 부과되지 않는다면 망상의 손발짓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존윅은 애처로운 강아지의 퇴장으로 시작했던 1,2,3편의 에피소드들을 고환마저 물어뜯는 충성스러운 강아지 등장으로 수미상관스럽게 만드는 등 맛깔스러운 떡밥 회수의 기가 막힌 연출로 관객들에게 싸워야 하는 몰입의 이유를 충분히 선사합니다. 

 

만일, 숨쉴틈 없는 전투를 뒤로 하고 새로운 멋진 슈트를 입은 존윅에게 설레었고, 일순간 사망플래그를 띄워버린 대사 "차후 자신의 묘비명은 Loving Husband로 해달라"를 뒤로 한채 마지막 피날레 전투를 향해 몸을 날리는 그에게 마음속으로 "설마 아니지? 안돼!"를 외쳤다면 그동안 충분히 절절하게 싸워온 존의 전쟁에 대해 관객의 1인으로서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드는 마음이 들었다는 증거이자 시나리오에 스며든 방증일 것입니다.

존윅키아누리브스
존윅키아누리브스

두고두고 회자될 황야의 7인 영화를 오마주한 느낌마저 주는 일출의 한판 승부와 피날레는 그야말로 탄탄하고 흥미로운 시나리오의 백미입니다. 엽문스러운 펀치는 멋지지만 족구는 못하는 낭인 견자단과의 대결로 끝맺음을 장대하게 마주하는가 했지만, 모든 권력을 이양받아 옷 잘 입는 빌런 후작일지언정 승리에 대한 탐욕에 파멸을 자초한 결말은 마치 "한발 맞고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과 기회를 얻기 위함이었다"의 영화 버전처럼 존윅시리즈를 통렬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의 묘비를 보고서도 마치 로버트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맨 퇴장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처럼 "안 죽고 어디 있겠지? 강아지가 갑자기 먼 곳을 보잖아?" 라며 기어코 죽음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감독과 제작자 그리고 키아누리브스와 배우분들-여러분들이 화려한 액션의 스케치에 묵직한 마무리가 있는 스토리로 존윅 시리즈에 심지어 아름답다는 수식어를 채색해 버렸고, 그렇게 관객의 가슴에 아련한 명암을 남겼습니다.

탄탄하고 흥미로운 시나리오 구성이 존윅 4를 명작에 올려놓은 두 번째 무기였습니다.

 

3. 감성: 묘하게 그립게 만드는 감정적 여운과 해방감

액션 잔칫집 열전과 딴딴한 시나리오 구성에 더하여 요즘처럼 미친 자본주의 시대에 그런 달달한 것이 있을까 싶은 낭만의 감성이 작품 전체에 걸쳐 잔잔하지만 강렬하게 존윅 4에는 존재합니다. 적어도 세 컷에 한 번은 치고받고 총 쏘고 꺾고 베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그 잠시의 정적이 흐를 때 주고받는 감성의 전율은 쾌락에 도달할 만큼 정신없던 액션씬들보다 더욱 선명하게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존윅감성
존윅감성

예를 들어, 존윅 자신 때문에 평생을 일궈온 일본의 사업과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한 지인 친구와 술을 한잔 기울이다 안경 낀 일본 호텔 사장님 친구가 "어려울 때 돕는 게 진짜 친구다"라며 전하던 진부하지만 진정성 어린 우정의 묵직함.

중과부적으로 힘겹게 올라갔던 계단을 떼굴떼굴 도토리처럼 내려와서 이제는 시간상 어렵겠구나 할 때 짠하고 등장해서는 마치 '내일을 향해 쏴라'의 2023년 버전처럼 존윅과 함께 적들을 해치우며 계단을 올라간 뒤 잠시 후 마주할 적의 운명임에도 근본은 친구였던 견자단이 존윅의 손등에 칼자국을 쓰윽 내면서 "너 나한테 빚졌다"며 무심한 듯 시크하게 던지던 장난기 어린 듯 진지했던 뭉클함.

그리고 키아누리브스가 발음하는 "윈~스턴" 그리고 뉴욕 호텔 사장님이 답하던 "조나단~"이라는 이름 주고받기를 보면서 어쩐지 영어를 다시 배워보고 싶은 마음마저 들게 만든 끈끈한 아버지와 아들 같은 관계에 기대어, 존윅이 "이제 너무 지쳤다. 집에 데려다줘" 라며 일출과 함께 쓰러질 때 폐부 깊숙이 전해지던 힘겨웠던 삶에 대한 해방감과 애처로움 등이 존윅 4를 액션으로 가장한 달달한 낭만 우정영화라는 감성 키워드까지 쟁취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울러 곳곳에 기가 막히게 자리 잡은 사운드트랙의 절묘함이 감성과 액션의 맛을 진하게 우려내었습니다.

존윅해탈
존윅해탈

조금은 우주스럽고 신비스러운 관점에서는 마치 우리네 삶처럼 힘겹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달려가다 마침내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여, 치열한 숙제를 마친듯한 그 해방감을, 숨 막히는 총칼의 혈전 묘사와 절대적 설계자 및 모순의 현실에 도전하는 서글픈 삶을, 시공간의 공기를 압축시켜 총알과 액션으로 치환시킨 느낌마저 주는 존윅 4.

묘하게 그립게 만드는 감정적 여운과 해방감이 존윅 4를 명작에 올려놓은 마지막 무기입니다.

그래서 존윅 4는, 언젠가 TV에서 다시 밥을 먹다가 만나도 잠시 미래의 시공간을 잊고서 숟가락을 놓은 채, 지금처럼 숨을 죽이며 다시 한번 빠져들게 만들 명작시리즈의 대미로 충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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