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사냥 후기 차인표 저평가된 소설가의 아름다운 욕망

인어사냥은 배우 차인표를 소설가 차인표로 각인시킨 소설작품입니다. 주인공과 서사가 명확하게 투사되는 스크린이라는 무대를 넘어, 종이와 활자의 단출하지만 광활한 무대에서 흡입력 있는 인어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상상력과 재미를 선사하였습니다. 어떤 점이 좋았고 또한 아쉬웠는지 인어사냥 후기와 함께 저평가된 소설가의 아름다운 욕망과 약력도 살짝 들여다보겠습니다.

인어사냥후기

목차

1. 인어사냥 후기 좋았던 점 세가지
2. 인어사냥 후기 아쉬운 점 세가지
3. 저평가된 소설가 차인표

 

1. 인어사냥 후기 좋았던 점 세 가지

1.1. 신선한 소재와 역사적 기록의 조합

요즘세대들에게 인어라고 하면 과거 안데르센의 인어공주가 아니라 전지현이 나온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눈물 흘리면 진주 생겨서 부자 될 수 있는 생명체라고 인식될 만큼 상상 속 미지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엄연히 인어에 대한 기록이 전 세계 각국의 역사서 혹은 설화로 전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다양한 버전의 인어 이야기들 중 하나는 사실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의 여지를 남겨줍니다.

인어

그래서 소설 인어사냥은 인어공주 만화 포스터만 본 사람, '어우야담'의 인어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이들, 진시황제의 불로초 명령과 서복 탐험대의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호기심 어리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인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역사적 기록의 조합까지 맛깔나게 버무려진 작품입니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대상인 인어를 사냥한다는 제목으로 대체 어떤 이야기를 펼치려는 걸까? 하는 궁금증에서 첫 페이지를 넘긴 사람들 대부분이 아무리 바빠도 3일 안에 책을 완독 할 수밖에 없는 재밌는 주제였습니다.

1.2. 흡입력 있는 이야기 구조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액자식 구성으로 각자 흘러가게 만들다가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 구조는 영화와 소설에서 자주 쓰이는 기법입니다.

관건은 두 시점의 연결점을 어디에서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독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인데, 소설 인어사냥은 인어와 사냥이라는 측면에서 흡입력 있는 이야기 구조로 시간과 공간과 사람을 모두 절묘하게 연결하였습니다.

액자식구성

즉,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시작하여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하는 흥미진진함을 선사하고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인어사냥의 플롯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액자식 구성이지만 결코 흔하지 않은 매력을 지녔기에 동 소설의 강점이라 생각됩니다.

1.3. 생생한 장면 묘사와 이미지화

하얀 종이에 활자의 나열과 조합만으로 인간의 뇌를 자극하고 흥분하게 만드는 소설과 작가의 힘은 사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차원 지적유희의 증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유희에 있어 이야기 장면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내고, 지금까지 독자가 경험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묘사들이 인어사냥의 후반부로 갈수록 하얀 종이 위에 담백한 듯 신비롭게 펼쳐집니다. 심지어 인어들이 사냥되고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보고 나면 어쩐지 한동안 생선은 먹지 못할 것 같은 느낌마저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화

소설에서 이미지화를 선명하게 해낸다는 것은 마치 영화에서 성능 좋은 필름을 쓴 것과 마찬가지 효과입니다. 너무나 선명하여 진짜 이야기를 겪은 것인가 싶을 만큼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과 이야기의 향연이 재미있습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큰 스케일의 이야기도 아니기에 더 놀랍습니다.

축약하면 인간가족, 인어가족, 공영감과 마을사람들 그저 이 정도의 등장인물들이지만 충분히 다이나믹하고 때로는 피 튀기며 또 갈수록 마음이 저밀다가 훈훈하게 따뜻해지는 오묘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묘사와 이미지화와 이야기로 적절하게 끓여졌습니다. 인어사냥 이야기와는 달리 굳이 덜어낼 동동 뜬 기름이 거의 없을 만큼.

 

2. 인어사냥 후기 아쉬운 점 세 가지

2.1. 심경변화의 개연성

재밌고 감탄하며 본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마냥 칭찬만 하고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아쉬운 점도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의견이 아닐까 싶어 휘리릭 넘겨도 좋은 첨언을 해봅니다.

등장인물 심경변화의 개연성에 있어 다소 의아스러운 점은 있었습니다. 허기진 가족을 위해 바닷가로 나갔던 그 옛날의 공영감이 죄책감과 미안함 속에서도 끝내 옛날 인어의 죽음에 일조하고 더 나아가 현재에는 강치를 사냥하는 일본인보다도 더 악랄하게 인어에게 보이는 집착의 광기가 조금 무서우면서 어려웠습니다.

개연성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는 인간이지만 생명연장의 욕망을 현실에서 실현해 본 인간이기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어기름을 마시기 전의 어릴 적 공영감은 마치 현재의 덕무네 아이들처럼 순수함이 일정 부분 느껴졌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릴 적 공영감과 현재의 덕무네 아이들이 결정적으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한 서사가 좀 더 부여되었다면 처음부터 나쁜 놈이 아니라 갑자기 변해버린 나쁜 놈에 대한 이해가 좀 더 와닿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과연 억지로라도 인어기름을 마셔 천년의 세월을 살게 되어버린 덕무네 아이들도 공영감처럼 변했을까?라는 가정을 해본다면 두 인간 그룹 간의 근원적인 혹은 후생적인 차이 및 변화에 대한 개연성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2.2. 속 시원한 인과응보 미흡

보통의 인간들이라면, 마치 순진했던 마을사람들이 악귀처럼 변하고 편을 나누어 싸우게 된 것처럼, 무병장수의 인어기름을 경험한다면 충분히 공영감처럼 될 수 있다는 관점이 녹아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소설 인어사냥의 마무리에 있어 악인처럼 보였던 공영감에게 속 시원한 인과응보의 마무리가 없는 점도 좀 아쉬웠습니다.

자연스러운 것과 억지스러운 것의 구분을 인간의 관점에서 손에 넣기 쉬운 것과 아닌 것으로 나누는 것이 맞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등 생각의 화두를 던진 점은 아쉬운 점에 대한 문단을 쓰면서도 장점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인어사냥의 묘한 특징입니다.

인과응보

보다 큰 관점에서, 현재 인간이 벌이고 있는 수많은 이 시대 인어들에 대한 사냥(자연의 훼손, 동물의 사육과 살생, 대기의 오염)마저도 그럼 인간의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마저도 들게 합니다.

 

공영감의 탐욕에 대한 인과응보의 부재는 인간의 자연훼손마저도 무죄라고 치환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기에 소설 인어사냥의 아쉬운 점으로 적어봅니다.

2.3. 다소 어색한 치유능력 마무리

인어사냥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인어가족의 근거지인 흑암도에서 펼쳐지는 갑작스러운 치유능력 범위의 확대는 다소 당황스러운 부분입니다.

사실 덕무와 영실이가 물속인 듯 착각인 듯 사후세계의 단편인 듯한 치유과정 장면 묘사는 제가 이 소설에서 특히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몽환적이면서도 따뜻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야기 구성상 마무리 부분에 있어서, 흑암도 물이 몸에 닿고 99개월이 되어서 치유가 된 건가? 좀 전까지 죽기 직전이었던 인어가 본인도 살아나고 인간도 살려내었다? 책을 두 장 넘긴 건가 싶을 만큼 살짝 당혹감을 줍니다.

마무리

뭔가 갑작스럽게 부여된 '굳이 인어기름 안 먹어도 인어가 인간 치유할 수 있었음'의 설정이 어쩌면 기름 메타에 익숙하게 만든 뒤 작가가 독자에게 던진 회심 어린 반전의 한 수 일수는 있지만, 열심히 팀을 나누어 싸우던 영화에서 갑자기 마무리 부분에 튀어나온 뜬금없는 절대신검의 존재처럼 독자는 당황스러운 부분이라고 느낄 지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우리가 자연을 지나치게 훼손 안 하고 동식물과 대기와 바다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적절하게 통제하면서 공생한다면 자연은 오히려 우리의 생명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보다 넓은 관점의 공생 메세지를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수긍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 전개상에 있어서는 갑작스럽고 뜬금없었다는 의견입니다.

 

3. 저평가된 소설가 차인표: 배우의 얼굴을 한 소설가의 아름다운 욕망

이 소설을 저에게 소개해준 분의 말씀이자 저도 동의한 점은 오히려 배우라는 타이틀이 작가라는 타이틀의 차인표를 저평가되게 만들었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소설을 정의한다는 것은 좋은 사람과 좋은 인생을 정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길 속에서 하나를 강요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우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술술 잘 읽히는데 뭔가 따스하고 저릿한 감동마저 줄 수 있는 소설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기에, 이러한 관점에서 소설 인어사냥은 참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소설가 차인표에 대한 약력이 궁금해집니다.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에서 손가락을 흔들던 오토바이 타던 아저씨, 분노의 양치질하던 그분, 배우 신애라의 남편 등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은 차인표의 소설가로서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배우차인표

차인표는 충암초등학교와 충암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 중퇴하고 미국 럿거스대학교(Rutgers, the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친 학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대한민국 육군으로 만기전역했고 이후 다양한 작품으로 활동했으며 안타깝게도 동생 차인석 씨가 2013년 구강암으로 별세하셨습니다. 부인 신애라와 1995년 결혼하여 1남 2녀의 가족을 꾸려왔고 지속적인 봉사활동과 기부활동으로 원조 몸짱을 넘어 마음짱으로 자리매김 중입니다.

사실 저러한 학력과 가족구성만으로 사람을 다 알 수도 없기에 그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한 인간에 대한 약력 소개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설가로서의 활약은 2009년 소설 '잘 가요 언덕'을 시작으로 2011년 '오늘예보' 2021년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그리고 2022년의 '인어사냥' 등 총 4편의 소설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소설가차인표

스스로 인어사냥에서도 밝혔듯이 앞의 소설들은 구상과 집필에 5년~10년의 시간이 소진된 반면 인어사냥은 구상에서 집필완료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 완료 시 출간이 약속된 상태라 더욱 신나고 가열하게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본인의 숨겨진 재능을 펼칠 수 있다는 아름다운 욕망에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그저 매일매일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소설가 차인표의 아름답고 소박한 욕망이 인간의 영원불멸에 대한 욕망만큼 크고 뜨겁게 불타올라서 앞으로도 멋진 작품들이 세상에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들게 만든 소설 인어사냥에 대한 후기였습니다. 영화화가 되어도 기대되는 원작소설입니다.

신비로운 소재로 평범한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이미지화하는 매력을 가슴 저릿하게 경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차인표 소설 인어사냥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