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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챔피언 후기 : 적당히 재밌는 마동석의 원맨쇼

by 분석몬 2018. 5. 6.

한국영화에서 최초다. 팔씨름 대회를 소재로 한 영화는 충무로에는 없었다. 그만큼 신선한 소재였다. 전반적인 한줄평은적당히 재밌는 마동석의 원맨쇼로 요약된다. 마동석의 힘은 팔뚝이 아닌 섬세한 표정연기와 유창한 영어에서 나왔다. 깨알같은 개그도 관객들을 적당히 웃게했다. 하지만, 그에 못미치는 감동이 올까말까했던 스토리가 가장 아쉬웠다.

 

연애세포, 우리헤어졌어요 등의 정의하기 힘든 로맨스물을 만들었던 김용완 감독의 연출력은 전작보다는 색깔이 뚜렷하였다. 절치부심 완전히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드려는 마음이 반영된 듯 동 영화에는 1의 연애도 나오지 않았고, 마동석의 꿈에 집중한다. 그저 이복동생인 줄 알았던 한예리와의 급조된 남매의 정이 부산 앞바다에서 맥주 한캔과 압도적인 손크기 차이의 우정 팔씨름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기타 다양한 경쟁자들의 표현은 크게 아쉬웠다. 국내 1위 팔씨름 선수 강신효와 감옥에 있던 약쟁이 팔씨름 선수의 존재가 처음부터 존재감 있게 설정되지 못해 마동석이 질수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렸다.

 

마동석과 한예리 그리고 신의 한수 캐스팅인 여조카 옥예린의 연기력은 감독의 애매한 연출력을 커버할만큼 괜찮았다. 그러나 문제는 권율과 동대문 사채업자 양현민의 오바하는 연기. 보는내내 반박자 빠른 듯한 권율의 대사 전달력과 악인들의 과도한 웃음, 그리고 도대체 존재의 이유를 알수 없는 모그룹 후계자라며 멀끔하게 화내던 박선호의 연기는 관객의 몰입도를 방해하기에 충분했다. 정말 관객들의 거의 모든 즐거움은 마동석과 조카 옥예린이 주도했다. 그둘의 케미마저 없었다면 감히 망작의 반열에 오를만큼 위험했다. 한예리의 울먹이는 감정선도 좋았지만, 이도저도 아닌 스토리 라인에 묻히고 말았다.

review-champion
원맨쇼

 

정말 아쉬웠던 스토리를 좀더 살펴보자.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개연성이라는 관점에서 그렇게 메달을 많이 따고 뛰어난 실력자였던 마동석이 갑자기 클럽의 가드와 마트 관리직으로 전락해 있는 사연이 약했다. 그저 약 2초 정도의 신문기사 스크랩으로 훌쩍 지나치면서, 왜 이제까지는 저렇게 살다가 딱봐도 사기꾼 느낌이 나는 권율 전화 한통에 한국에 가서 꿈을 이루겠다며 급 운동선수로 변화하는지에 대한 동기가 약했다는 의미다. 그러니 이후의 꿈을 향한 도전이라는 과정에서도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해야하는 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았다. 뒤늦게 이것말고는 할수 있는게 없었고 엄마를 찾고 싶다는 설명을 하지만, 그럼 지금까지는 왜 운동을 안했는지, 잘나갈 때는 엄마를 찾지 않았는지, 미국에서 선수제명이면 다른 나라에서 하면 안되는 건지 등의 의문이 들면서 관객의 응원을 일심동체로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다만,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도 돋보기를 쓴채 타이핑하던 어머니의 이메일을 통한 편지 사연과 여조카의 못생겨도 좋은삼촌부심, 그리고 동대문팀을 압도적으로 처리하던 마동석의 액션들은 장면장면 시원하면서 조금 찡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조합이라는 측면에서 그 얼개가 세밀하지 못했던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동석의 단독주연의 힘은 인정된다. 왠만한 사람 허벅지 만한 그의 팔뚝과 감정표현은 귀엽기도 했고, 우월한 영어실력은 다니엘 헤니도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감독의 세밀한 구성력이 빠졌다. 영화 챔피언은 적당히 시간을 보내며 웃기에는 적합한 마동석의 원맨쇼였다. 세계대회로 진출하는 후속작은 힘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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