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감정을 고찰하다.

아기의 눈은 늘 반짝인다. 세상 만물이 모두 새롭고 신기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럴수 있을까?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스피노자와 함께배우는 48가지 얼굴'이라는 부제로 인간의 희노애락을 확대하여 그 감정들에 대해 철학과 문학의 힘으로 논하였다. 오랜만에 한챕터 한챕터를 아껴 읽게 된 책이였다. 그만큼 각각의 주제를 재밌고 친근하게 풀어내었다. 그리고 한번더 생각하게 만든다.

감정의 탐구

예를 들면 간단하다. 당신은 자긍심에 대해 어떻게 정의할수 있는가? 네이버 백과사전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경험과 생각으로 답해보자. 결코 쉽지 않다. 분명 수없이 많은 책을 읽고 나름 인생의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듯 한데 저 간단한 단어 하나에 대해 독자가 수긍하도록 전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하물며 이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단순히 국어사전 모음 이상으로 고난도의 작업이다. 

 

강신주는 스피노자의 말을 빌려서 각 감정을 표현했다고는 하지만, 이어지는 동서양의 문학 작품들에서 그가 집어내는 감정의 포인트들은 그의 내공이 얼마나 깊은지 단적으로 알려주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감정의 표현들이 잘 드러나있는 문학작품들을 읽고 싶게 만든다. 요즘 유행하는 어떤 SNS마케팅 보다도 더 실행력이 높은 전 문학계가 감사할만한 홍보였다.

 

이제 다시 위의 자긍심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자. 책에서는 자긍심에 대해 '사랑이 만드는 아름다운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처음에 이 문장을 해당 챕터에 들어가기 직전에 접했을 때는 조금 갸우뚱하였다. 뭔가 너무 모호하지 않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곧 밀란쿤데라의 소설 정체성의 스토리와 문장을 가져와 나를 설득하였다. 나이가 들어가는 여자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당사자 보다 더 세밀히 관찰하여 이를 칭찬하는 내용의 편지를 몇날 며칠 받게되자, 신기하게도 그녀는 스스로 약화되고 있던 정체성을 강화하고 더나아가 스스로의 매력을 자신있게 뽐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녀의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그녀를 주시하던 남자도 더욱 그녀에게 빠져들면서 사랑하게 되었다. 

 

결국, 자긍심을 높여준 계기가 애정어린 시선에서 출발한 세심한 관찰과 지속적인 표현 그리고 이에 대한 스스로의 인지라는 점을 종합해 볼때 자긍심을 사랑이 만드는 아름다운 기적이라고 표현한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더불어 스피노자의 말은 이러했다. 자긍심은 인간이 자기자신과 자기의 활동능력을 고찰하는데서 생기는 기쁨이다. 문학과 철학의 거두들의 예에서 인간의 감정과 마음을 재확인하고 이의 기원을 찾는 재미는 엄청났다. 

 

인간 감정의 본원적인 출발점과 의미에 대해 고찰하는 과정 그자체의 즐거움과 더불어 자신이 잃어가고 있는 감성을 되찾게 해주는 방법을 우회적인듯 하지만 명시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각 챕터의 마지막장에 나오는 철학자의 어드바이스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이 감정의 출발점과 묘사를 어떻게 적용할수 있는지도 넌지시 알려준다.

 

그 흔한 질문 사랑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의하고 바라보았을까? 그리고 이 사랑 이라는 감정을 잃어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더이상의 스포일러는 생략한다. 궁금하다면 충분히 구매하여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느껴진다.

 

후회, 치욕, 욕정, 쾌감, 슬픔, 비루함, 대담함 등 48가지의 각 챕터마다 세계 명작이라 할수 있는 문학작품의 흔적과 절대적인 내공의 스피노자 발언을 경험하는 것은 결코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수련하는 고승의 행위와 다르지 않았다. 훨씬 재밌고 와닿는 명상이라고나 할까? 

 

아껴두고, 자꾸보고 싶은 책.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그렇게 나와 인간의 감정을 고찰하고 보다듬어주었다. 인간 본연의 감정에 대해 스스로 정의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써내려갈 작가 지망생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또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잡고 기존에는 없던 아이템으로 승부하려는 예비 사업가에게도 뿌리깊은 내공을 습득할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인간의 감정이 어디서 흔들리고 어떻게 표현할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을 터득한다면 수많은 사업모델도 나올수 있을 것이다. 

 

오늘밤 다시한번 48가지 감정 중 하나를 택하여 살펴보아야겠다. 더 풍부히 인간의 감정을 만끽하고 행복해지고 싶기에.